티파니 블루 상표부터 코카콜라 레드, 에르메스 오렌지까지

파란색을 보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나요? 바다를 닮은 블루, 하늘을 닮은 블루, 청바지의 블루까지 세상에는 정말 많은 파란색이 있죠. 그런데 이상하게 이 파란색만큼은 색보다 브랜드 이름이 먼저 떠올라요.
바로 티파니 블루예요.

티파니 블루 박스는 로고를 보지 않아도 티파니앤코를 떠올리게 만들죠.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색, 그냥 유명한 정도가 아니에요. 상표로 등록된 브랜드 자산이기도 하거든요.
오늘은 그 시작점인 티파니 블루 이야기를 비롯해, 코카콜라 레드와 에르메스 오렌지, 루부탱 레드까지 색 하나가 어떻게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지 가볍게 알아볼게요.
티파니 블루, 색이 브랜드가 된 시작

티파니 블루의 시작은 사실 거창한 전략이 아니었어요. 창업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1845년 블루 북 표지에 이 색을 얹은 게 시작이었어요. 이후 1886년에는 상징적인 티파니 세팅을 처음으로 블루 박스에 담았어요.
처음에는 카탈로그 표지에 사용된 색이었지만, 이후 블루 북과 블루 박스, 리본, 광고 등 다양한 곳에서 반복해서 사용됐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 같은 색을 보여주다 보니 사람들은 어느 순간 파란색만 보고도 티파니앤코를 떠올리게 됐죠.

티파니앤코는 팬톤과 함께 이 색을 표준화했고, 티파니의 창립 연도인 1837년에서 이름을 딴 ‘1837 블루’라는 명칭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단순히 예쁜 하늘색을 골랐다기보다는, 오랜 시간 브랜드와 함께 축적된 색이라는 점이 지금의 티파니 블루를 만든 거예요.
그런데 신기한 건, 이 색도 상표라는 거예요

티파니가 이 파란색을 그냥 예쁜 색으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 있었나요? 티파니 블루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색으로 상표 등록까지 되어 있어요. 1998년 미국에서 공식 상표로 등록됐죠.
그런데 색깔도 상표가 될 수 있을까요?

실제로 가능해요. 1995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특정 색 하나도 브랜드를 구별하는 역할을 한다면 상표로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물론 아무 색이나 등록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이 그 색만 보고 특정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하죠. 물론 티파니가 세상의 모든 파란색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든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다른 기업이 파란색을 아예 사용할 수 없다는 뜻도 아니고요. ‘티파니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 파란색’, 그 맥락이 중요한 거예요.
코카콜라 레드, 반복해서 쓰면 색이 기억된다

빨간색 캔을 봤는데 갑자기 콜라가 마시고 싶어진다면, 그건 꽤 오랜 시간에 걸친 컬러 마케팅의 결과일지도 몰라요.
코카콜라의 레드는 패키지, 로고, 광고, 크리스마스 캠페인, 매장과 냉장고까지 오랫동안 일관되게 반복돼 왔어요. 1931년부터는 일러스트레이터 해든 선드블럼이 그린 산타클로스 광고에도 이 레드가 꾸준히 등장했어요. 산타의 빨간 옷 자체를 코카콜라가 처음 만든 건 아니지만, 수십 년간 이어진 이 광고 덕분에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산타 이미지가 대중문화 속에 더 강하게 자리 잡는 데 영향을 줬다고 해요.
코카콜라에게 레드는 단순히 눈에 잘 띄는 빨간색이 아니라, ‘코카콜라를 떠올리게 하는 빨간색’이 된 거예요.
에르메스 오렌지, 우연한 선택도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고급스러운 오렌지 박스지만, 이 색이 처음부터 ‘럭셔리해 보이니까’ 선택된 건 아니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에르메스는 원래 쓰던 크림색 상자 재료를 구하지 못했어요. 창고에 남아 있던 오렌지색 재료로 임시 대체한 게 전부였다고 해요.
그 임시방편이 지금은 에르메스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컬러가 됐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선택이 오랜 시간 반복되면서, 결국 브랜드의 상징이 된 거예요.
루부탱 레드, 그렇다고 색을 통째로 소유하는 건 아니다

명품 하이힐 브랜드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2008년 미국에서 빨간색 밑창을 트레이드마크로 등록했어요. 그런데 2012년 이브 생 로랑이 빨간색 밑창 하이힐을 출시하자, 루부탱은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어요.
법원은 루부탱의 손을 들어줬어요. 다만 조건이 있었어요. 밑창의 빨간색이 신발 갑피 색과 대조를 이룰 때만 보호받는다는 거였어요. 신발 전체가 빨간색인 제품까지는 침해로 보지 않았어요.
이 사례가 재미있는 이유는 루부탱이 빨간색 자체를 전부 가져간 건 아니라는 것이에요. 어떤 색을 썼느냐만큼이나 그 색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중요했던 거죠.
그래서 브랜드 컬러가 중요한 이유

여기서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어요.
첫 번째, 색은 보는 순간 떠올라요. 로고를 읽거나 이름을 확인하기 전에, 색이 먼저 말을 걸어요.
두 번째, 반복할수록 강해져요. 박스, 광고, 매장, SNS, 제품까지 같은 색이 계속 반복되면 소비자의 기억 속에 브랜드와 연결돼요.
세 번째, 결국 브랜드의 언어가 돼요. 티파니 블루는 단순한 블루가 아니라 ‘티파니 = 블루’라는 시각적 연상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브랜드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색은 어느 순간부터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브랜드를 구별하는 중요한 자산이 되는 거죠.
자주 묻는 질문

Q1. 티파니가 파란색을 전부 소유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에요. 티파니 블루는 팬톤과 협업해 만든 특정 컬러값과 그 색이 쓰이는 맥락으로 보호받는 거예요. 비슷한 계열의 파란색을 다른 브랜드가 아예 쓸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Q2. 티파니 블루 말고 상표로 등록된 색이 또 있나요?
네,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빨간색 구두 밑창이 대표적이에요. 다만 루부탱 사례처럼 색이 어떤 맥락으로 쓰였는지에 따라 보호 범위가 달라져요.
Q3. 색이 브랜드 자산이 되려면 특별한 조건이 있나요?
단순히 오래 사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상표가 되는 건 아니에요. 소비자들이 그 색을 특정 브랜드와 연결해서 인식하는지가 중요해요.
마치며

생각해 보면 우리는 브랜드 이름보다 먼저 색을 기억할 때가 있어요. 블루 박스를 보고 티파니앤코를 떠올리고, 빨간 캔을 보고 코카콜라를 생각하고, 주황색 상자를 보고 에르메스를 떠올리는 것처럼요.
결국 좋은 브랜드 컬러란 단순히 예쁜 색이 아니라, 색 자체만으로도 브랜드를 설명할 수 있는 색인지도 모르겠어요. 티파니 블루가 특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수많은 파란색 중 하나였던 색이 오랜 시간 브랜드와 함께하면서, 이제는 색 자체가 티파니앤코를 이야기하는 하나의 언어가 됐어요.












